남부민동에서 테헤란로까지는, 세계 지도 위에서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다. 부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 지하철을 몇 번 갈아타면 닿는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 그 거리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었다. 달동네 셋방에서 강남의 유리 건물까지, 이끼 낀 다라이에서 닷컴버블의 불빛까지, 자기 이름 하나 세상에 제대로 걸어본 적 없던 청년이 처음으로 기술 산업의 복판에 서게 되는 긴 항로였다.
그 시절 그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한 통의 전화가 울렸고, 배고픔과 등록금과 차비가 뒤엉킨 방 안에서 그는 수화기를 들었다. 어떤 인생은 거창한 결심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너무 배가 고파서, 너무 갈 곳이 없어서, 그리고 우연히 아직 전화가 끊기지 않아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