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란 늘 양면을 가진다. 어떤 사람에게는 성공의 증표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끝의 시작이다.
스타트업 엔지니어들은 인수 이후의 풍경을 수없이 보아왔다. 조직이 정리되고, 우선순위가 뒤집히고,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는 풍경. 큰 회사에 팔린다는 것은 종종, 그 회사를 그 회사답게 만들던 것들이 서서히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태훈도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아마존은 예상과 다른 선택을 했다. 보통 스타트업의 주식 보상은 시간이 지나야 받을 수 있다. 사 년에 걸쳐 나눠 주고, 첫 일 년을 못 채우면 한 푼도 없으며, 중간에 떠나면 상당 부분이 사라진다. 인수 과정에서 그 가치가 쪼그라드는 일도 흔했다. 그런데 아마존은 그 모든 통념을 뒤집었다. 재직 기간이나 베스팅 여부를 따지지 않고, 계약된 주식 수를 기준으로 보상한 것이다. 거기에 현금 보상, 아마존 주식과 SAR, 곧 주가 상승분을 받을 권리까지 더해졌다. 태훈은 그런 조건을 본 적이 없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보기 드문 수준이었다. 회사는, 핵심 인력이 떠나는 것을 막고 싶어 했고, 솔직히 그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많은 사람이 안도했다. 어떤 이는 그 길로 집을 샀고, 어떤 이는 은퇴 계획을 다시 셈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모두의 미래가 조금 더 안전해진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너희가 만들던 미래를 우리가 끝까지 함께 만들고 싶다는 신호처럼 읽혔다. 종이상자를 들고 베이를 건너며 비자를 걱정하던 사람, 회사가 어느 순간 자신을 뱉어낼지 모른다는 불안을 늘 품고 살던 사람에게, 붙잡으려는 회사의 그 진심은 낯설고도 묵직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것을 황금 수갑이라 불렀다. 좋은 조건이 사람을 한자리에 묶어두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는 뜻이었다. 떠나기엔 너무 아까운 보상. 그 달콤한 수갑 앞에서, 많은 이들이 마음이 식어도 자리를 지켰다. 태훈에게도 그 수갑이 채워진 셈이었다.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 경쟁사들이 움직였다.
크루즈의 기술책임자는 개인화된 영상을 보내왔다. 이메일을 열자 영상 속에서 그가 직접 등장해, 태훈의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태훈, 우리와 함께하지 않겠습니까. 태훈 한 사람만이 아니라 죽스의 여러 엔지니어들이 비슷한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채용 공고를 보내는 대신 최고기술책임자가 직접 얼굴을 비추는 것. 좋은 인재가 보이면 곧장 움직이는 그 방식이야말로 실리콘밸리다웠다. 일종의 스카우트 전쟁이었다. 그는 그 영상을 흥미롭게 보았다. 그러나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지는 않았다. 보상 조건이 안내되기 전에도, 후에도, 그의 마음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늘 그런 사람이었다. 더 좋은 조건이 그를 움직인 적은 별로 없었다. 그를 움직인 것은 언제나 다른 것이었다. 심장이 다시 뛰는가. 풀고 싶은 문제가 거기 있는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거기 있는가. 사실 그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은 진짜 이유는 조금 이상했다. 그는 이미 다음 문제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금 수갑도, 경쟁사의 구애도, 그 질문 앞에서는 힘을 잃었다. 그는 필요 이상의 부나 명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스무 살까지만 살려던 소년에게 삶은 이미 덤이었고, 덤으로 사는 인생은 더 큰 보상보다 더 뛰는 심장을 좇았다.
그 무렵, 세상은 물류 대란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코로나 이후 공급망은 곳곳에서 삐걱거렸다. 마트에 가면 화장실 휴지 같이 늘 사던 물건이 매대에서 사라져 있곤 했다. 장바구니 물가는 올랐고, 주문한 물건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불편을 일상의 짜증으로 겪었지만, 우버 프레이트에서 화물의 세계를 들여다본 적 있는 그는 그 풍경을 조금 다르게 읽었다. 빈 매대 뒤에는, 압박받는 거대한 화물 운송 시스템이 있었다. 트럭 운전사는 부족하고, 물동량은 폭증하고, 공급망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었다.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처럼 보였다. 시카고의 그 아수라장 같은 운영 현장을 직접 본 사람의 눈에는, 빈 매대 하나가 거대한 시스템의 신음으로 읽혔던 것이다.
바로 그 무렵, 그는 엠바크 트럭스라는 회사를 알았다. 자율주행 트럭을 만드는 회사였다. 그런데 그들의 말이 그의 마음을 건드렸다. 그들은 기존 물류 업계를 파괴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함께 성장하겠다고 했다. 트럭 운전자를 적으로 두기보다 보조하고, 기존 네트워크를 부수기보다 그 위에서 점진적인 변화를 만들겠다는 접근. 무언가를 부수고 새로 세우는 혁신이 아니라, 있는 것 위에 한 겹씩 더해가는 혁신. 그것은 평생 가장 낮은 자리에서 시작해 한 칸씩 올라온 그의 방식과, 어딘가 닮아 있었다.
엠바크는 조직이 작았다. 위험은 컸지만, 그만큼 영향력도 클 것 같았다.
경제적으로 따지면 답은 명백했다. 죽스에 남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황금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아마존이라는 거대한 날개 아래는 안전했다. 떠날 이유가 없었다. 떠나는 것은 누가 봐도 손해였다.
그러나 그는 또, 문제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블리자드의 안온함을 박차고, 우버의 상장 직전 보상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떠났던 그 사람이, 이번에는 아마존의 황금 수갑을 풀고 작은 트럭 회사로 향하려 하고 있었다. 남들이 미친 짓이라 할 만한 선택. 그러나 그에게는 늘 그것이 사는 방식이었다. 안되면 말자, 그러나 심장이 뛰는 곳이라면 손해를 무릅쓰고라도 가본다. 산티아고가 보물을 좇아 양 떼를 팔았듯, 그는 또 한 번 안온한 우리를 스스로 열고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작은 트럭 회사에서,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 특허에 이름을 새기게 된다. 도로 위를 달리는, 데이터센터 바깥의 트럭이라는 가장 지저분하고 단단한 문제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