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도 갈매기가 많다. 그러나 부산항의 갈매기와는 다르다. 그들은 회색 하늘과 가파른 언덕과 차가운 바람 사이를 난다. 안개가 도시를 삼키는 날이면, 갈매기는 그 흰 장막 속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태훈에게 샌프란시스코는 처음부터 도시 이상의 것이었다. 태어난 곳은 마산이었지만 기억이 없었고, 자란 곳은 부산이었지만 오래 머물 수 없었고, 서울은 일터였지만 고향은 아니었다. 평생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항구에서 항구로 떠돌던 갈매기가, 이제 가장 먼 바다 건너의 한 도시에 내려앉으려 하고 있었다. 다만 그 자신은 아직, 그곳에 내려앉을 생각이 없었다. 그는 곧 돌아갈 작정이었다.